강릉(2021), 낭만파 조폭과 냉혈한 조폭의 카리스카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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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강릉(2021), 낭만파 조폭과 냉혈한 조폭의 카리스카 대결

by 반고수머리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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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윤영빈

출연 : 유오성(김길석)

         장혁(이민석)

         오대환(김형근)외

 

한국형 누아르지만 뭔가 애매한 스토리

이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길석'이 조직원으로 있는 강릉 최대 조직이 대형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그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민석'이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두 남자 간의 전쟁을 담고 있다. 낭만파 조폭인 길성과 인간미를 상실한 민석과의 한판 승부가 기대감을 불러온다.

영화를 보기 전 유오성, 장혁, 오대환, 한선화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가 많은 영화이다. 특히나 극 중 나오는 최무상역의 김준배라는 배우는 예전부터 진짜 조폭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많이 받았던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했던가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고, 최신 영화로는 드물게 이번 설날에 공중파에 방영되기까지 했다. 여배우로는 한선화와 이채영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딱히 비중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등장하는 장면도 그리 많지 않다. 굳이 유명 여배우를 섭외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곳에 더 중점을 두었다면 어땠을까, 설정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초반 피가 낭자한 작은 배 밑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민석', 근데 왜 그런 채로 등장했는지는 이후에도 설명이 없다. 무슨 의도로 이런 설정을 잡은 건지 모르겠다. 배에서 인육을 먹으면서 버틴 것으로 나오는데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고자 한 걸까, 그리고 강릉 최대 조직원인 길석은 칼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않은 의리파의 조폭으로 나오는데 이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칼도 안 쓰고 의리가 있는 조폭이면 낭만적인 건가???

이보다 더한 건 이조직의 은퇴한 두목 또한 너무나 순한 맛으로 나와서 이게 조폭 조직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에 반해 민석은 망설임 없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가 하면, 많은 빚을 진 사람들은 이용하여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 씌울 정도로 악랄하게 나오는데, 이 정도면 민석이 최대 조폭 조직의 두목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로 인상 깊었던 것은 아직도 녹슬지 않은 유오성과 장혁의 카리스마 연기였다. 아마도 두 배우가 스크린으로 돌아온 것이 10년도 더 됐다고 하는데, 예전의 '친구'라는 영화에서 보았던 유오성의 살벌한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장혁의 무표정하면서도 잔인한 칼부림 또한 압권이다. 내가 처음으로 장혁을 본 게 아마도 오래전 '학교'라는 드라마에서 저항심 많은 고등학생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는덧 벌써 중년의 배우가 되어있다니, 하 나이를 벌서 그만큼 먹을 것인가, 슬프구나,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 영화에서 민석이 빌런으로 나오는 것이 분명한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조폭인데 그럼 다 빌런인 거 아닌가(웃자고 한 소리다)

그리고 요즘 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목적 달성을 위해 무작정 칼부터 드미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만약에 이영화가 2000년 이전에 만들어졌더라면 많은 공감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날로 기업화되고 글로벌화되어가는 지금의 조폭들의 시대에 맞는 설정인지 모르겠다. 그저 예전의 향수만 잠시 맡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익숙한 지명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배경

윤영빈 감독은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게 됐다는 이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현대사에 있어서 강릉은 개발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다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던 경쟁의 사회 속에서 적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아쉬웠던 점은 강릉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영화이지만 정작 이 영화의 배경이 강릉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강릉에 살아본 적도 없고, 여행을 많이 가본 곳도 아니지만 무언가 뚜렷하게 와닿는 느낌은 딱히 없는 거 같다. 단지 영화 내내 대사가 거의 강원도 사투리로 많이 이루어지는데, 글쎄 지금도 그러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지는 의문이다. 예전의 음산한 기운과 특유의 색채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곡성'과는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기는 하다.

'강릉' 영화 감상평

화려한 캐스팅과 그에 걸맞은 유오성과 장혁의 카리스마 연기,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국형 누아르로 전반적으로 크게 지루하지 않고, 킬링타임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지만 앞뒤 설명 없는 캐릭터의 성격과 시대가 많이 지난듯한 조폭의 설정, 실질적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폭들 간의 낭만적인 대사들, 그에 반해 거침없이 휘둘러대는 칼부림으로 인한 잔인한 장면들이 조합 있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윤영빈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는 거겠지. 그래도 화려한 캐스팅과 연출력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이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까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라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조폭 누아르를 다시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강릉이라는 곳으로 다시금 여행가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여서 좋았다. 조만간 강릉으로 낭만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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